입도조 묘제 의식은 엄숙하고 숭고하고 아름답습니다. 모든 현씨 문중시제의 모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묘제 전 과정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쉬운 우리말 축문도 저희 문중에서 벤치마킹했습니다. 묘제 후 음복하는 약주와 돼지고기도 기다려지지만, 묘제 후에 진행하는 정기총회의 정교함도 사랑합니다. 특히 장학금 수여 과정은 제주친족회의 단합을 보여주는 멋진 장면입니다. 질투가 나도록 부럽습니다. 이제 친족회관까지 건립하셨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영화 회장님을 중심으로 하는 집행부와 제주친족회어르신들, 회원님들께 큰 축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1980년 KBS 제주방송국 프로듀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현화진 고문님이 라디오 프로그램 단골 연사이셨고 민속학의 대가 현용준 교수님도 자주 모셨습니다. 1981년 역사다큐멘터리 '탐라의 향기'를 제작할 때는 소암 선생님께서 프로그램 타이틀 글자를 써주시기도 했습니다. 첫 편이 '삼성혈'이고 둘째 편이 '항파두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제주에서 만난 같은 직장 여성이랑 결혼했습니다. 자식들이랑 휴가철이면 제주로 내려와서 지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기 고향이 제주인 줄 알았답니다. 저의 처 김국향 아나운서와는 비양도에서 첫사랑을 맺었고 처가 죽은 후에는 유분을 비양도 등대 뒤 나무 밑에 뿌렸습니다. 요즘도 그녀를 만나러 제주에 자주 내려옵니다. 저는 거의 제주도민입니다. 지난 3월 27일 대종회 정기총회에서 어린 나이에 외람되게도 제8대 대종회장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의송 회장님 유고로 정기총회 당일 갑자기 서면으로 천거를 받아서 취임하는 바람에 준비가 전혀 안 된 회장입니다. 그 후로 의송 회장님, 유수 회장님을 찾아뵙고 바람직한 대종회 운영에 대한 지침을 전달받았습니다. 29일 천안 경헌사 시조 담윤 할아버님 춘향제에 광언 고문님을 모시고 참석해서 헌배하면서 인사 올렸습니다. 진규, 광세, 영국, 임종 고문님도 차례로 찾아뵙고 대종회의 앞날을 위한 좋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고문님, 지도위원님, 부회장님, 이사님들의 조언 많이 들으면서 대종회를 잘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저는 900년 문중 역사 속 고려, 조선, 근대 선조 님들과 현대 인물들의 역사 문화적 업적을 현대어로 해석하고 계파별로 정리해 왔습니다. 일단 일차적인 기본 틀은 만들어 놓은 상태입니다. 1950년대 부산에서 시작한 70여 년간의 대종회 역사도 1차 정리가 끝났습니다. 조만간 대종회 홈페이지에 업로드해서 각 계파별, 문중별, 개인별로 피드백을 받으면서 추가, 보완,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려고 합니다.
현씨 역사와 인물 발굴 작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올해부터는 오랫동안 화두로 염두에 두었던 현씨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시동해 보려고 합니다. 9만여 남녀노소 종친들을 직종별, 직업별, 지역별로 연결해서 전 세계 종친들이 친목하고 상부상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900년 계파별 선조들과 현시대 9만여 종친을 씨줄 날줄로 연결하면 시대를 관통하고 전세계를 연결하는 통시적, 공시적 ‘현씨휴먼네트워크’가 구축됩니다. ‘내가 시조로부터 어느 계통으로 내려왔으며 지금 이 시대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지’ 정확한 좌표를 찍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현씨휴먼네비게이션’입니다. 이렇게 전산화된 ‘현씨휴먼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우리가 항상 손에 쥐고 있는 모바일폰 통해서 손쉽게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대적으로 종친회가 소멸해 가는 현시점에 ‘현씨휴먼네트워크프로젝트’는 핏줄의 힘과 친족 연대를 되살릴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여러 괸당님들의 아낌없는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제주에 처음 부임하던 1980년 5월 10일, 하강하던 비행기가 노란 유채 바당에 풍덩 빠지던 황홀한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2025년 4월 20일, 입도조 묘제 오는 함덕 산길에 하늘거리는 유채꽃은 아직도 제 맘을 설레게 합니다.
2025년 4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