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가례(朱子家禮)》라는 책에 보면, ‘조상의 은혜에 보답함’을 이르는 말로 ‘보본반시(報本反始)’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곧, 근본(根本)에 보답하고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뜻의 말입니다. 우리가 선조님의 묘소를 찾아가 참배하면서 묘제를 봉행하는 일도, 어찌 보면 조상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의 격에 맞는 일로서 ‘보본반시’란 말의 뜻을 몸소 실천하는 일이란 생각이 그래서 절로 들기도 합니다. 여느 해와는 달리 올해 묘제 봉행의 행사는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우리의 숙원사업이었던 친족회관 건립의 일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서 그 보고를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이르기에는 건립추진위원회 여러 위원님들을 위시해서 각 지파 회장님, 그리고 이에 자문과 응원을 보내주신 고문님들의 노고가 무엇보다도 컸습니다. 아울러 건립 성금모음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여러 친족님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갸륵한 정성이 그 밑바탕이 되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신축회관 건립 성금의 모금 현황과 더불어 이런 일련의 사업들에대한 전체 진행 과정을 기록물로 남겨두는 작업 또한 병행해서 추진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제공된 《친족회관건립백서》란 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요컨대 이번에 발간된 백서의 큰 특징은, 과거로부터 연면히 이어져 나온 연주현씨제주도친족회 활동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그 얼개가 짜여진 점이라 하겠습니다. 단지 새로 지은 친족회관 건립 과정의 일에만 그 관심사를 두지 않고, 제주도친족회 역대 회장별 주요 활동 상황을 일별해 소개하는 장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제주도친족회의 초창기 활동과 관련된 고문서를 해독해 이를 현대어로 풀어 소개함으로써 재일본 친족회와 함께 족보 발간사업을 공동으로 벌여 자금을 모으면서 제주도친족회 발기를 처음으로 모색했던 사실들도 상세히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특별히 현임종 명예회장님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사실만 해도 그렇습니다. ‘9 ‧ 28 서울 수복’으로 패주하던 인민군의 흉탄에 맞아 급작스레 서거한 호남의 선각자 고(故) 현준호 선생을 추모하는 추도식이 우리 친족회 주관으로 제주북초등학교에서 열린 일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던 역사적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온갖 지혜를 발휘해 원고를 수합하고 다듬으며 수고를 아끼지 않은 백서발간위원회 현창환 위원장과 여러 위원님들의 헌신적 봉사에 새삼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오늘 묘제를 봉행하는 뜻깊은 자리에 불원천리(不遠千里) 먼 길을 마다 않고 한달음에 달려오신 분들이 계십니다. 연주현씨대종회 현정주 회장님, 그리고 연주현씨영암사직공파 현만호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 여러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특별히 감사한 일은, 대종회 고문이신 현영국 친족님께서 ‘학이 머문쌀’이란 이름으로 영암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백미 200kg을 선물로 보내오신 고마운 온정(溫情)입니다. 그래서 지난번 이사회 때에 참석하신 이사님 한 분 한 분께 5kg들이 한 봉지씩을 분배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자리를 빌려 그 따스한 손길에 감사한 말씀을 올립니다.
끝으로 평소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단합과 하나 된 모습으로 이를 해결해주시는 우리 친족님들께 늘 감사드리오며, 부디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깃들기를 빌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4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