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이 되었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주는 따뜻한 분위기 때문인지, 괜히 12월에는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6.25전쟁 당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린 작전이 있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바로, ‘흥남철수작전’입니다.
인천상륙작전(출처: 우리역사넷)
흥남철수작전은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에 따라 국군과 유엔군, 피난민들을 흥남부두에서 배를 통해 남쪽으로 대피시킨 작전입니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국군과 유엔군은 기세를 몰아 38도선을 돌파해 압록강 인근까지 진격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곧 전쟁이 끝나고 통일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죠.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10월부터 압록강을 넘어 본격적으로 전쟁에 개입한 중공군에 의해 산산조각 났습니다. 중공군의 쉴 새 없는 공격과 12월의 혹한에 미군은 서둘러 철수를 준비했습니다.
흥남철수(출처: 현봉학박사기념관)
이때 국군과 유엔군은 흥남 부두에 모인 약 9만 2000여 명의 피난민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중공군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남쪽으로 떠나기 위해 피난민들이 부두로 모여든 것입니다. 군수물자와 장비를 가지고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시 통역장교로 참전한 현봉학 선생은 피난민들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대가 철수하고 나면 피란민들은 중공군에 의해 학살 당할 위기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죠.
흥남철수(출처: 현봉학박사기념사업회)
2020년 12월의 6.25전쟁영웅, 레너드 라루 선장
현봉학 선생은 미 제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을 만나 군대를 철수할 때 피난민들도 함께 대피시키자고 설득했습니다. 선생의 진심 어린 마음을 이해한 알몬드 소장은 군함을 이용해 피난민들을 대피시킬 것을 결정합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 레너드 라루 선장도 최대한 많은 피난민이 승선할 수 있도록 배에 실려있던 군수물자와 장비를 모두 버리고 피난민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원이 60명인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는 약 1만 4000여 명의 피난민들이 승선하게 되었습니다.1950년 12월 24일에 배에 탑승한 피난민들은 긴 항해 끝에12월 25일, 거제도에 도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으며, 오히려 배에서 5명의 생명이 탄생하는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추운 겨울에 일어났던 이 감동적인 작전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현봉학 박사 동상
수많은 피난민들을 구하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만든 흥남철수작전의 주역, 현봉학 선생의 동상을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선생은 세브란스 의전(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참전했습니다.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서울 중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빌딩 앞에 선생의 동상이 건립되었습니다.
현봉학 선생을 기리기 위해 국가보훈처를 비롯하여 연세대학교, 해병대사령부, 현봉학 박사를 추모하는 모임 등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2016년 12월에 이 동상을 건립했습니다. 제가 이곳에 방문했을 때,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동상을 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전쟁 속에서 보여준 선생의 따뜻한 인류애가 시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현봉학 선생은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임상병리학에 몰두해 수많은 제자들을 육성하고, 독립운동가 기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힘쓴 현봉학 선생은 2007년 11월 25일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인류애적 판단을 통해 많은 생명을 구한 현봉학 선생. ‘한국의 쉰들러’라고도 불리는 현봉학 선생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현봉학 선생의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꼭 기억해 주세요!